현주는 일상을 집에서 홀로 보내는 암환자이다. 아들과 남편이 출근한 빈 집, 어김없이 그녀는 고통에 뜬눈으로 거실 소파에 누워있다가, 세탁기 소리를 듣고 일상을 시작한다. 집안일을 하고, 약을 먹고, 기도를 하고... 남편은 속이 안 좋은 현주를 생각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을 해놓고, 과거 병실 동료의 부고 소식도 들려온다. 가끔 고통과 회의가 견디기 버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그녀는 이동하는 빛과 그림자처럼, 말라가는 빨래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담담히 보내고, 아들과 남편을 기다리며 소파에서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