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필요 요소를 자판기로 판매하는 사회. 집도, 동반자도, 심지어 반려견까지 자판기로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 주인공 ‘나’는 이런 사회 속에서 기타를 치며 코인 열 개를 모아 음악 도시에서 살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코인 열 개를 모으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각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코인이 필요하다. 꿈을 이루기 위한 코인을 꿈을 포기하며 모아야 하는 사회. 정확히 현 우리의 삶을 은유한다. 작은 가방 하나만을 멘 채 고정된 주거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인물들의 풍경은 한없이 을씨년스럽다. 이 풍경이 계약 기간이 끝날 때마다 이주를 걱정해야 하는 보통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든다면, 고정된 주거지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주소’야말로 허상이요, 일회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모두 디아스포라다. 웃음조차 코인으로 구매해야 하는 각박한 풍경이 투박하고 두툼한 그림체를 만나 한 편의 웃지 못할 우화로 다가온다. (이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