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난 예상보다 빨리 첫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게 됐다. 그녀는 급격히 변하는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고, 처음으로 참여하는 선거를 앞두고 누구를 뽑아야 될지 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이는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고 친구들을 만나 어쩌면 변명일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녀가 태어났던 1995년에도 지금처럼 대통령이 구속됐었고, 어른들은 그녀가 자신들과 다른 새로운 세상을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태어나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듯, 우리는 90년대 무슨 변화들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다만, 기억할 수 있는 순간들부터 사회엔 정해놓은 길이 있었고, 우리는 새로운 길을 만들 힘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