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우는 만삭이 된 아내와 중학생 딸을 둔 중년 가장이다. 최근에 해고를 당한 그는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감추고 출근하듯 집을 나와 지하철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처지가 그렇다 보니 예정일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있는 아기를 걱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감사하는 심정이다. 우연히 아이를 업고 구걸을 하는 여자를 지하철에서 만나게 되고 처음에는 동정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수단을 가리지 않고 구걸하는 모습을 몇 차례 목격한 후 분노를 느끼고 심한 화를 낸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분노가 자기 처지에 대한 분노임을 깨닫게 된다.사회에서 밀려난 중년 가장인 상우의 애환을 순환선인 지하철을 매개로 보여주고자 했다. 아기는 터널을 빠져나오는 기차처럼 엄마의 자궁 속에서 밀려나오지만, 상우는 아이의 탄생이 두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