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내가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있다. 주변은 어둠이다. 옆의 문을 열자 나이 든 여자가 나신으로 누워있다. 순간 난 그녀가 나의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내게로 전해져 오는 고통. 나는 다가가 그녀를 안는다. 나의 감정은 슬픔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슬픔을 지나 따뜻함을 느꼈고 우리가 서로 위안 받았음을 알았다. 꿈은 그 어디쯤에서 끝난다. <현빈>은 어머니와 딸의 화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화수, 초경, 달, 석류, 뜨개질 바구니, 화분 등의 이미지들은 꿈과 기억, 무의식을 통한 반영의 과정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실험적 스타일을 구사하는 영화이면서도 일종의 서사가 존재하며, 이미지의 흐름을 성찰할 수 있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