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애정이 남아있지 않은 정말 썰렁한 이별의 순간을 맞이한 여자와 남자가 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공간에서 여자는 커다란 수트케이스에 자신의 물건을 주워담고 남자는 그 순간을 모면해보려 한다. 남자는 먹을 것을 사오겠다며 자리를 피하고 여자는 마지막 인사를 위해 그 남자를 기다린다. 사실 여자와의 이별인사를 피하고 싶었던 남자는 야구장, 육교, 편의점 등을 전전하며 시간을 때운다. 여자가 이미 가버렸기를 바라면서. 결국 시간을 때울 만큼 때운 남자는 공중전화로 자신의 집으로 전화를 한다. 방안에 전화벨 소리는 울리고 여자는 남자의 전화임을 알지만 받지 않는다. 그리고 그대로 길을 떠난다. 혼자 길을 나선 여자는 무거운 수트케이스를 끌고 전철역으로 향한다. 전철역에 다다라 표를 사기 위해 자판기 앞에 섰을 때 동전을 찾던 여자는 남자의 아파트 열쇠를 가지고 왔음을 알게 된다. 망설이던 여자는 열쇠를 돌려주기 위해 다시 남자의 집으로 향한다. 그저 열쇠를 돌려주기 위해 남자의 집으로 향했던 여자. 그런데 그 곳엔 뜻밖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