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느 경쟁부문에 올라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 올해 나온 작품 중에서 가장 독창적인 실험영화. [열대병]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 져 있다. 전반부는 군인인 켕이 휴가를 나와 친구인 통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내용이고, 후반부는 군대로 복귀한 켕이 가축들을 잡아가는 정체 모를 괴물이 정글에 산다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괴물을 찾아 나서는 내용이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단편영화 시절부터 타이인들에게 널리 회자되는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 속에서 이야기해 왔다. ‘정글’은 그러한 이야기의 가장 익숙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의 전작 [친애하는 당신] 에서의 정글은 탈출구이자 사랑을 확인하는 곳, 또는 신성한 곳이기도 했다. [열대병] 에서의 정글은 초자연적인 존재를 찾는 곳이고, 인간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것은 사랑에 대한 강박관념의 우회적 표현이기도 하다. 이처럼, 아피찻퐁은 초월적 존재에 대해 집착하는데, ‘정글’은 초월적 존재가 있는 하나의 상징 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그것이 낯설고 난해한 형식이라 하더라도 타이인들의 보편적 정신세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피찻퐁의 영화는 매우 역설적이며 또 지극히 타이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