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남자를 사이에 두고 시기와 질투에 휘말리는 두 여자. 흔히 보아온 드라마 컨셉이다. 남성 중심, 이성애 중심 사회의 재현물에서 유능하고 매력적인 남자의 등장은 여성 연대를 훼방 놓는 가장 고전적 요소이다. 이 작품은 이런 고전적 설정에 의문을 던진다. ‘다경’은 애인 ‘민우’의 전 애인 ‘아리’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닮은 성격과 비슷한 취향으로 서로 호감을 느끼고 급속도로 친해진다. 여기에서 ‘민우’라는 공통분모는 두 여자를 연결해 주는 ‘사라지는 매개자’인 셈이다. 더 흥미로운 건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 교류가 영화 속 연극 <하녀들>을 통해 암시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