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리앙산의 비모]에서 놀라운 것은 이게 다큐멘터리인지, 고도로 세련된 극영화인지 모를 만큼 유려한 화면이다. 중국 쓰촨 지방에 사는 소수민족의 삶을 취재한 이 영화는 4년여의 시간 동안 제작된 것이며 그 때문인지 그들 삶에 밀착해 그들이 사는 공간의 공기와 숨소리 하나까지 손바닥 꿰듯이 하는 연출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특히 회화적 질감마저 주는, 빛에 극히 민감한 연출은 조상신을 여전히 철석같이 섬기고 사는 이 부족의 영적 세계를 풍부한 시각적 톤으로 채색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세 명의 토속종교 리더가 나오는데 그들의 각기 다른 운명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이들 부족의 운명과 무관하지 않게 비친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자신들의 종교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정부의 방침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이들 각자의 다른 운명을 축으로 이들이 속해 사는 마을 사람들의 전통적인 삶의 양상을 진중하게 들여다본다. 전통을 유지하기 힘든 현대의 권력과 문명에 둘러싸인 이들의 삶은 그런데 뜻밖에도 고요하다. 내세와 현세의 삶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듯한 그들 사회의 평온한 영적 공기가 시종일관 관객에게 전염된다. (김영진)